자연의 아름다움

[스크랩] 울울창창 낙락장송 춘양목 1487 그루

asin0715 2005. 9. 23. 19:55
"참 잘생겼지요… 문화재 소나무 살립시다"
'임금님께 일편단심' 겉도 속도 붉은 적송(금강송)
울울창창 낙락장송 '춘양목'
춘양면민 '춘사모' 묘목 키우고 재선충 방어나서
솎아낸것도 1000만원 거래… 울진선 후계림 조성
봉화·울진=정성진기자 sjchung@chosun.com
입력 : 2005.09.19 19:45 39' / 수정 : 2005.09.20 02:56 01'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 문수산 ‘문화재용 목재 생산림 단지’. 80㏊의 광활한 삼림에 높이 25~30m, 직경 50~60㎝의 아름드리 ‘금강(金剛) 소나무’ 숲이 펼쳐져 있다. 인적 드문 산골짜기는 장수(將帥)처럼 도열한 나무들에 가려 햇빛조차 비치지 않는 괴괴한 분위기다.

이 묘한 침묵 속에 강호진 산림청 영주국유림사무소 춘양팀장이 한 금강소나무와 오래전부터 눈을 맞추고 있다. 노란색 페인트로 쓴 164번이라는 숫자가 쓰여진 소나무다. 붉은 나무줄기, 솔잎의 방향과 색을 찬찬히 살펴보던 그가 입을 열었다. “이제 81번 쪽으로 가보지.” 동행하던 직원 이석원(29)씨가 머뭇거리자 강 팀장이 다시 말했다. “임도(林道) 따라 산 위쪽으로 가면 언덕이 하나 있어. 나무들이 쭉쭉 뻗은 게 보일 거야.” 그의 머릿속에는 소나무의 위치가 다들어 있는 듯했다.


▲ 경북 봉화군 춘양면‘문화재용 목재 생산림 단지’의 81번 춘양목. 수령75년 높이 25m.
이날 강 팀장과 이씨가 살피는 소나무는 2001년 이 생산림 단지에서 상처 하나 없이 온전한 것 1487그루를 골라 번호까지 매겨놓은 것들이다. 그들은 이 나무들의 나이, 직경, 부피, 높이를 일일이 기록하며 집중 관리하고 있다.

과거 춘양역에서 출발해 전국으로 공급됐다고 해서 ‘춘양목’으로, 또는 붉다고 해서 적송(赤松)으로도 불리는 금강소나무는 순수 토종(土種) 소나무다. 줄기뿐 아니라 나무 속까지 모두 붉다. 그런 만큼 귀하게 여겨져 조선시대엔 궁궐 짓고 임금의 관을 만드는 재료로 쓰였다. 지금은 가구용 최고급 재료 중 하나로 통한다. 그러나 대규모로 분포하는 곳은 경상북도와 강원도로 한정돼 있다.

문화재청은 2001년 우리 문화재를 수입산 소나무가 아니라 토종인 금강소나무로 보수하기 위해 경북 봉화군 춘양면, 울진 서면, 강원도 강릉 성산면, 삼척시 원덕읍 등 36개 지역의 811㏊를 문화재용 목재 생산림으로 관리하고 있다.

“참 잘생겼지요. 벌써 때깔이 다르지 않습니까. 이런 나무는 정확히 말해서 값이 없습니다. 좋은 나무를 집중적으로 키우기 위해 덜 좋은 나무는 솎아 내는데 베어낸 춘양목을 민간에 팔면 크기에 따라 1000만원 이상을 받습니다.” 75년 된 81번 소나무를 가리키며 강 팀장이 대견한 듯 말했다. 그러나 그의 자랑에는 태산 같은 걱정도 섞여 있다. 남벌(濫伐)로 망가진 금강소나무 숲을 다시 관리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30년이 흐른 뒤 훌륭한 숲이 겨우 다시 탄생했지만 또 다른 위협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우선 한번 걸린 나무는 주변까지 모두 베고 태워야 하는 ‘소나무 에이즈’인 재선충이 60㎞ 떨어진 안동까지 다가왔다. 솔잎혹파리도 예방할 수는 있지만 역시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다. 강 팀장은 “작년부터 징후가 나타나 올해 봉화군에도 67㏊의 소나무에 예방 주사를 놨다”고 했다. 10월 말부터는 이제 산불 걱정을 해야 한다. 작년과 올해 초 봉화군에선 크고 작은 산불이 났다.

걱정은 사실 춘양면 주민들이 더 하고 있다. 춘양목을 널리 알리기 위해 묘목을 키우고 있는 ‘춘양목 사랑모임’의 황기동 총무는 “마음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춘양목이 없으면 춘양도 없다”며 “재선충 얘기만 뉴스에 나오면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춘양면 주민들과 춘양목의 관계는 춘양면 읍내에 한집 걸러 영업하고 있는 송이 판매점이 말해 주고 있었다.

금강소나무는 울진에서도 특별 관리되고 있다. 베어진 금강소나무를 살펴보던 울진국유림관리소의 이효형 삼근팀장은 “더 좋은 금강소나무를 더 강하게 키우려면 정기적인 솎아베기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울진 서면 소광리의 금강소나무 숲 1610㏊는 춘양면과는 다른 목적으로 작년 말 지정됐다. 평균 수령이 150년에 달하는 이곳은 가장 좋은 금강소나무를 키우는 후계림으로 조성된다. 금강소나무의 유전자풀을 담당하는 것이다.

이효형 팀장은 “학자들은 솔잎혹파리, 재선충 등 외래 병충해와 활엽수의 위협 때문에 소나무가 한국에서 사라질지 모른다고 하고 있다”며 “한국인이 제일 좋아하는 나무인 소나무, 그중에서도 최고라는 금강소나무는 최선을 다해 살려야 한다”고 했다.

출처 : 파인토피아 봉화
글쓴이 : 청량산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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