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꾼의 이야기

[스크랩] [사회]화천군에선 황토집 건축비 ‘공짜’

asin0715 2005. 9. 12. 22:24
[사회]화천군에선 황토집 건축비 ‘공짜’
[뉴스메이커 2005-09-09 11:21]

귀농인구도 유치하고 한옥 기술자도 양성하는 이색 인구유인정책 ‘대성공’

“우리 군으로 오면 황토한옥을 ‘지어’ 드립니다.” 강원도 화천군이 실시하고 있는 이색 인구유인책이 화제다. 화천군이 지난해 6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전통황토집전수학교 수강생들은 화천으로 이주하기를 원하는 타지역 주민에게 건축 자재비만 받고 전통한옥집을 지어주고 있다. 이미 4동의 한옥을 지어 건축주에게 넘겼고, 현재도 2동의 한옥을 짓는 중이다.

이 정책은 조금씩 알려지면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8월 30일 화천군청 주민봉사과는 문의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물론 공짜로 집을 지어주는 것으로 착각한 이들의 문의전화도 있었지만 한옥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춘천에 사는 정의순씨(48)는 직접 화천군청에 찾아왔다. 직접 집을 둘러보고 결정을 내리기 위해 찾아왔다는 정씨는 “지금은 교통도 좋아 화천은 더이상 오지가 아니다”라며 “공기도 좋고 노후에 살기에는 더할나위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미 지어진 한옥을 둘러본 그는 “마음에 든다”는 반응을 보였다. 화천군 관계자는 “신청이나 문의가 많은데 인원은 한정돼 이미 3건이 밀려 있어 난처한 상황”이라고 말했지만 내심 즐거운 표정이었다.

두달 반 공사 끝에 멋진 한옥이

올해 6월 완공된 한옥집에서 여름을 보낸 전경식씨(39)는 “집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지난해 귀농을 결심해 화천을 찾은 그는 원래 집을 직접 지을 생각으로 비닐하우스에 터를 잡았다. 전수학교에서 기술을 가르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긴 했지만 농사를 지어야 하는 까닭에 학교에 다닐 수는 없었다. 이에 그는 올해 초 집을 지어달라고 신청했다. 서울에 사는 부모님을 모시려면 어차피 집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두달 반 동안의 공사기간이 지나자 멋진 한옥이 탄생했다. 통으로 된 유리를 통해 마당 너머로 바람에 흔들리는 산을 바라볼 수 있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운치가 느껴진다. 그는 “조립식으로 집을 지어도 평당 200만원 정도는 줘야 한다”며 “이렇게 지어도 인건비를 빼니 평당 240만원 정도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겨울을 보내봐야 알겠지만 여름에는 무척 시원해서 이불을 덮고 잠을 잘 정도였다”며 만족한 표정이었다.

현재까지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와 같은 정책이 가능할까. 화천군은 일회성, 단기적인 정책으로 인구를 끌어들이는 것은 비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살기좋은 동네로 만들면 저절로 사람들이 몰리지 않겠느냐는 것이 화천군의 생각이다. 이 정책은 여기서 출발했다. 살기좋은 동네로 만드는 방법 중 하나가 주위경관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다. 농촌에 어울리는 집, 바로 한옥을 짓는 것이 목표가 됐다.

그러나 한옥 건축에는 돈이 많이 든다. 한옥의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는 전남은 인건비와 자재비를 합해 평당 500만원 미만으로 단가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중 30~40%를 인건비가 차지한다. 인건비를 낮추면 싼 가격에 한옥을 지을 수 있다.

이에 화천군은 전통황토집전수학교에 만들어 운영비를 지원하고, 이곳 학생들이 이주민에게 한옥을 지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요새 전통 한옥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높아진 덕택에 수강생은 어렵지 않게 모집할 수 있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20~60대로 기술을 배워 자기 집을 지으려는 이들이 70%, 재취업하려는 이들이 30%다. 한옥 건축 현장에서 만난 조광현씨(65)는 전자다. 10년 전 군에서 퇴역한 그는 고향인 강원도 원주의 치악산 아래로 귀농할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여기서 배운 기술로 향후 3년에 걸쳐 자신과 부인이 살 작은 한옥을 짓는다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이미 한채를 지어본 그는 기술을 더 배우기 위해 다시 한채를 짓는데 참가하고 있다. 광주에서 올라온 임병옥씨(43)는 재취업의 기회로 삼고 있다. 그는 “조상의 지혜가 남아 있고 자연적인 소재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며 “비록 임금수준은 낮은 편이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점에서 감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미 전수학교는 이들과 같은 생각을 지닌 이들을 6기까지 모집해놓은 상태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세수도 ‘짭짤’


이들은 이곳에서 무료로 교육을 받는다. 입학 당시에 보험료 30만원을 내고 주민등록을 화천군으로 옮기기만 하면 된다. 교육비가 무료라는 점은 화천군만의 장점이다. 이미 전국에는 수많은 목조주택관련학교와 2군데의 전통한옥학교가 있지만 교육비가 만만치 않다. 한옥 건축에 사용되는 목재의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천장에 사용되는 ‘보’의 경우 가격이 100만원 정도라고 한다. 게다가 목재 가격이 비싸다보니 직접 집을 지어보기도 어렵다. 일부 학교에서는 현장 경험 대신 모형을 이용하고 있다.

화천군은 한옥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과 기술 전수에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점을 접목시켰다. 경험이 필요한 전수학교 학생과 한옥을 원하는 이주민을 연결해주는 것이다. 전수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교수의 감독을 받으며 나무를 다듬고, 조립하는 등 한옥을 짓는 경험을 쌓는다. 건축주는 인건비를 부담하지 않아서 좋고, 학생들은 실제 경험을 쌓아서 좋다. 기술을 가진 교수들이 감독을 하기 때문에 완성도도 높다. 게다가 학생들도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 정성스레 집을 짓는다. 여기에 화천군은 운영비만을 지원하면 된다.

운영비는 한해에 1억500만원. 화천군이 거둬들이는 이익에 비하면 그리 많은 비용은 아니다. 우선 화천군은 학교에 지원하는 이들에게 화천군으로 주민등록을 이전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이 때문에 1년 평균 60여명이 화천군에 주민등록을 옮긴다. 교육이 끝나면 주민등록을 다시 옮겨가는 것은 자유지만, 일단 교육기간에는 화천군민으로 등록되기 때문에 지방세나 중앙정부의 교부세 등 6000여만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이들이 지역경제에 끼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화천에 대한 이미지를 긍정적인 쪽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교육이 끝난 뒤 화천군에 정착한 사람도 나타났다. 게다가 다른 지역과는 인구유인책이 차별화된 까닭에 타지역 귀농인의 관심을 끌 수도 있다.

화천군은 앞으로 전수학교 시설을 보완해 정원을 늘려 늘어나는 한옥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정원을 30명까지 늘리면 2팀으로 나눠 동시에 2채를 지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까지는 미흡한 학생들의 기숙사 시설을 보완해 어느 정도 쾌적한 생활을 보완할 계획이다. 화천군 관계자는 “이 정책의 목표는 스위스처럼 예쁜 집을 늘려 화천군의 경관을 아름답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며 “여기에 현재 검토중인 양육·교육비 50% 지원 정책이 실시되면 살기좋은 화천군을 만들어 인구를 늘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옥 관련 정책은 전수학교와 건축주를 따로 떼어서는 이뤄질 수 없는 것”이라며 “수요와 공급이 있는 한 학교 운영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천/정재용 기자 jjy@kyunghyang.com>

출처 : ♡귀농사모♡
글쓴이 : 천하무적(조헌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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